이식용 뇌 경막 제품 '라이오듀라'가 광우병 증상인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유발해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의 대용제품인 '라이오플란트'의 안정성을 놓고 의료계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라이오플란트가 뇌 경막 용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았음에도 음경확대수술 재료로 대부분 전용되고 있어 일부 의사들은 ‘제2의 라이오듀라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우병 위험, 라이오듀라<라이오플란트?

1969년 독일의 비브라운사가 사망한 사람의 몸에서 떼어낸 조직으로 만든 ‘라이오듀라’는 주로 뇌 경막 이식에 사용된다. 1987년 미국 등지에서 CJD를 일으킨 원인으로 밝혀질 때까지 국내에 유통됐다. 이후 ‘라이오듀라’는 인간이 아닌 소의 심근막에서 추출해 만든 ‘라이오플란트’로 대체되면서 위험성 논란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3년전 라이오듀라로 이식한 환자 김모(54·여)씨가 지난해 11월 처음 사망한데 이어 88년 수술을 받은 48세의 모 남성도 CJD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라이오듀라의 위험성 논란이 또 한번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라이오듀라가 20년이 넘는 잠복기간을 거친 뒤 CJD 감염을 통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처럼 ‘대체재’인 라이오플란트 역시 광우병의 위험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차원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강남 A의원의 김경진(가명) 원장은 “라이오듀라(사람)와 라이오플란트(소)가 아무리 추출 원료 자체가 달라 별개의 제품이라고 해도 광우병의 위험률 면에서는 오히려 소에서 추출한 라이오플란트가 더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반문했다. B의원 이성우(가명) 원장 역시 “라이오플란트가 제조사측에서 말하듯, 청정지역의 병이 없는 소에서 원료를 뽑아냈다고 하더라도 광우병에 걸린 소인지, 잠복기간까지 확실한 검증을 마친 소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1998년 국내로 들어온 이후 라이오플란트에서 아직까지 CJD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20년 이상의 CJD잠복기를 가진 라이오듀라처럼 라이오플란트 역시 위험성을 재검증해야 한다는 게 이들 의사의 논리다.

식약청과 판매사측은 일부 의사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라이오플란트의 유통과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라이오플란트는 (광우병 등의) 위험성을 갖고 있지 않다. 생물학·의학적 안전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오플란트의 국내 판매회사인 P사 관계자도 “라이오듀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라이오플란트다. 라이오듀라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업그레이드 제품’이라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식약청·판매사 “비뇨기과 전용 문제 없다”

라이오플란트 자체에 대한 위험성 문제와 연계해 최근엔 이 제품이 뇌 경막 대용이 아닌, 비뇨기과들에서 음경확대시술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식약청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라이오플란트를 이용해 뇌경막 수술을 하는 경우는 1년에 2000건 정도. 라이오플란트가 1년에 총 3만여 건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2만8000건이 음경확대술에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인 P사에서도 “현재 비뇨기과에 (납품하는 것을) 집중하고 있다”며 음경확대술에 라이오플란트가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시인했다.

따라서 일부 비뇨기과 의사들은 현재까지 뇌 경막 제품으로는 라이오플란트 만한 것이 없어 환자들을 위해 뇌 수술에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라이오플란트를 음경확대술에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 한호비뇨기과의 서장기 원장은 "라이오플란트를 통한 음경확대술은 그 효과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뇌 경막 용도를 벗어나 쓰이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광우병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재료의 비뇨기과 전용을 식약청이 직접 나서서 금지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식약청 관계자는 “비뇨기과에서 라이오플란트를 그처럼 많이 사용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도 “뇌 경막 용도로 허가받은 제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다른 용도로 라이오플란트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행위는 아니다. 이는 철저히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라이오듀라에 의한 CJD 환자 발생은 1987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미 식품의약국(FDA)은 라이오듀라에 대한 리콜을 단행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리콜이 시행되지는 않아 그 후 몇 년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오염된 라이오듀라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신고된 국내 CJD 환자는 현재 210명선이다.


서장기 한호비뇨기과 원장
"라이오플란트 음경확대술? 위험할 수 있다"

-음경확대술에 라이오플란트가 사용되는데 있어 문제점은.

"라이오플란트는 원래 용도가 뇌 경막 대용물질이다. 그 용도로 국내에 수입돼 식약청에서도 안전검사 과정을 거쳐 유통허가를 내렸다. 그런데 지금은 남성의 음경확대수술에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의료법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광우병 감염의 원인이 된 ‘라이오듀라’의 대체 물질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광우병 위험에서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왜 비뇨기과 의사들이 라이오플란트를 선호한다고 보나.

"아무래도 라이오플란트의 가격이 기존 음경확대술에 사용되는 라이펜보다 가격이 절반 정도로 저렴하고 시술료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라이오플란트의 위험성을 공개 거론하는 이유는.

"아직도 라이오플란트의 위험 가능성을 모르는 비뇨기과 의사들이 많다.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왜 광우병의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 시술(라이펜이나 자기 신체 이식을 통한 음경확대술)을 놔두고 굳이 CJD 감염원인인 라이오듀라의 대체제 라이오플란트를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